"안중근 의사 유해, 매장지로 中 다롄 둥산포 가장 유력 추정"

(베이징=연합뉴스) 조준형 특파원 = 민간인들이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 시도에 다시 불을 붙이기 위해 팔을 걷었다.

황기철 전 보훈처장과 김월배 하얼빈이공대 교수 등은 안 의사 유해 발굴을 위한 사전 현지 조사, '안중근 의사 찾기 한·중 민간 상설위원회' 결성 등을 위해 14일부터 18일까지 중국 랴오닝성 다롄을 방문했다고 24일 밝혔다.

이들은 안 의사 순국 장소인 다롄의 뤼순감옥 터에 건립된 '뤼순일아감옥구지'(旅順日俄監獄舊址) 박물관을 찾았다. 현지에서 박물관의 저우아이민 부관장, 왕전런 전 부관장, 향토 연구자 리화자 씨 등과 만나 아직 규명되지 않은 안 의사 매장지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.

일행은 또 안 의사 유해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는 둥산포(東山坡), 위안바오산(元寶山), 반다오인샹(半島印象), 바이위산(白玉山) 등지를 답사하고, 현지의 한국 공관인 다롄 주재 영사출장소를 방문해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.

황 전 처장 등은 안 의사 순국 당시 통역을 맡았던 소노키 스에요시의 보고서, 한일 양국에서 발행된 신문 보도, 유해 발굴에 참여했던 중국 측 전문가들의 견해 등을 근거로 당시 뤼순감옥 공동묘지가 있었던 둥산포 지역에 안 의사 유해가 묻혀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.

황 전 처장 일행은 "앞으로 한중 공동 발굴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"며 "양국이 합의하면 지형 면에서나 환경 면에서는 발굴에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이며, 발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"고 말했다.

황 전 처장 등과 만난 자우아이민 박물관 부관장은 "유해 발굴을 위해 한중관계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"고 밝혔고, 과거 유해 발굴에 참여한 왕전런 전 부관장도 "유해를 찾는 데 있어 가장 큰 문제는 한중관계"라고 말했다고 일행들은 전했다.

2000년대 들어 남북한 공동 발굴단이 구성된 데 이어 2008년 현지에서 발굴 작업이 진행됐지만, 안 의사 유해는 찾지 못했다.

2018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남북 공동사업으로 안 의사 유해 발굴 추진 의지를 밝힌 이후 국가보훈처를 중심으로 추진 계획이 수립됐으나, 이후 뚜렷한 진전이 이뤄지지 못했다.

jhcho@yna.co.kr

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<저작권자(c) 연합뉴스, 무단 전재-재배포, AI 학습 및 활용 금지> 2023/05/24 10:00 송고